한의학

진맥을 못하면 한의사가 아니다페인랩이 말하는 한의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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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AIN LAB 작성일19-07-07 10:30 조회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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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페인여러분 PAIN LAB입니다 :)
오늘은 진맥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처음 한의대에 입학해서 “맥의 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이런 저런 공부를 했었는데요.
환자도 안보면서 ‘아 이런 맥은 이런 질환이 있겠구나’ 상상하면서 뿌듯해하곤 했습니다.

‘어떤 선배는 맥만 보고 폐를 절제한 과거력을 맞췄다더라’
‘어떤 오지 다큐멘터리PD가 오한으로 고생하다가 맥을 짚은 후 학질 의증이 있어 바로 말라리아 치료를 받았다더라’ 등,
어린 나이에 이런 소문을 들으면 혹할 수밖에 없죠.

한의대생 때는 진맥도 해주면서 아는 척 하고는 했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이건 정상적인 진단방식으로 보기 힘듭니다.

진료경험이 많으면 특정 병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증상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진료 경험으로 근골격계 병증의 패턴을 짧은 시간에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 보행이 어색하거나 할 때 ‘아 저분은 대둔근이 손상되어 보상성 보행을 하는구나’ 정도는 알아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진단이 이런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진맥도 마찬가지죠.

한의학적 진단에는 보고, 듣고, 묻고, 만져본다는 네 가지 진단방법(망문문절)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인간이 동원할 수 있는 감각 기관과 의학적 지식을 동원한 문답으로 환자의 병증을 밝혀가는 작업입니다.

여하튼, 진맥은 이 네 가지 중 손의 촉감을 이용한 ‘절진’의 한 가지에 속하는데, 이 부분이 너무 강조되다 보니 한의사의 진단이라 하면 맥을 짚는 게 다인 것처럼 오해를 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맥진만으로 환자의 병을 파악하기란 어렵습니다.

물론 맥이란 건 경향성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객관적인 지표가 부침지삭이라고 해서 맥이 떠있는지 가라앉아있는지, 빠른지 느린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대충 이것만 하더라도 통증맥이 나오고 몸에 염증이 있는지 만성화가 되었는지 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부정맥의 경우도 특이한 맥이 있어서 발견하기 쉬운 편이죠.

진단이란 건 병을 가진 사람과 증상을 여러 측면으로 파악하여 환자와 병의 입체적인 지도를 그리는 작업인데, 순간적으로 바뀌는 맥만 가지고 병세를 판단한다면 잘못 진단할 확률이 큽니다.

간혹 진료하다 보면 다짜고짜 진맥부터 보자는 환자분들이 계십니다.
맥만 봐서 아주 짧은 순간에 병을 알아내고 치료하는 의사도 분명 있을텐데요. 개인적으론 그런 방식은 제가 추구하는 진료스타일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혈압이 높은 환자분이 혈압약을 복용하면 맥이 차분해집니다. 오히려 약하게 짚히기도 하고(고혈압인 걸 파악할 수 없음)
또 통증이 심한 분이 강한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으셨다고 하면 염증맥(현삭)이 잘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현재 증상을 토대로 병의 예후를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할까를 정하려면 가능한 많은 정보(복용하고 있는 약 등)을 수집하고, 이를 일정한 원리에 맞게 해석해야 합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병에 관한 정보를 해석하는 작업이 바로 한의학적 진단인거죠.

그러면 ‘맥을 딱 짚어보면 안다’는 오해는 왜 생긴 걸까요?

한의학을 다룬 매체의 영향도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메디컬 드라마가 수술실과 응급실 장면이 없으면 김이 빠지는 것처럼, 한의사가 나오는 드라마가 맥을 짚어 병을 아는 장면이 빠지면 재미가 덜하죠?

드라마는 진맥의 배경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만일 옛날 조선시대 왕실 일가를 진단하다고 했을 때, 기본적으로 왕이 태어나면서 겪은 모든 기록과 가족력, 그리고 환자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대소변을 봤는지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을겁니다. 말하자면 환자의 건강 상태에 관한 정보가 매일 업데이트 되고 축적된 상태지요. 이 상황에서 어떤 증상이 두드러졌을 때는 맥진에서 얻은 정보가 유의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즉, 가족의 상태를 주치의가 오랫동안 봐 왔고 알고 있다면, 맥진의 유의성이 좀 더 커지겠죠.

오랫동안 다니시던 기존 환자분께서 당일 아침부터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며 찾아오셨습니다. 맥을 짚어보니 정상맥과는 조금 이상하게 뛴다고 생각했죠. 저는 혹시 모르니까 심전도나 심초음파를 빨리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치료 후에는 속이 풀렸다면서 가셨는데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오셔서는 속은 괜찮은데 한쪽 손이 저리는 것 같고 아침에 걸어올 때는 몇 걸음 정도 허공을 걷는 것 같다가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치료할 때가 아니라고 바로 응급실로 보냈습니다. 결과는 뇌경색이었고 아주 초기에 발견해서 후유증이 거의 남지 않으셨습니다.
저를 포장하려 했다면 맥만으로 뇌경색을 잡았다고 하겠지만 과연 이게 맥만 봐서 알 수 있었던걸까요?
기본적으로 심장문제가 소화증상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고 맥을 포함한 여러 정보를 취합해서 알 수 있었던 거죠.

‘척 보면 아는’ 식의 진단이 한의학을 합리적 의학이 아닌 신기한 무엇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만일 의사가 자신의 병증을 한 번에 보고 알아주길 바란다면, 평소 그 의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의사도 환자를 잘 알 수 있고 겉으로 드러난 병에 속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인여러분도 이번 영상을 통해서 더욱 건강한 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PAIN LAB 이었습니다. :)

#진맥 #허준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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